전남 보성 씨앗수집 기록 (05.16~05.23)


안녕하세요, (사)토종씨드림 사무처에서 보성 씨앗수집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5월 16일을 첫 시작으로, 목금 1박2일 간 웅치면, 노동면, 미력면, 득량면, 겸백면을 돌았고요,

지난주 5월 23일에는 복내면, 율어면, 문덕면을 돌았습니다. 이렇게 총 3일간 수집을 진행했습니다.


시간적으로 너무 촉박하여 아쉬웠지만 부족한 예산문제로 짧게 마무리했네요.

역시나 면 별로 마을별로 특색이 드러났고, 인심 넉넉한 씨앗어르신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수집은 백수연 종자국장을 중심으로 연상준, 박기완, 유다님 이렇게 4명의 사무처 활동가를 비롯해

김완술(길위에서) 이사님, 최삼남(내비도) 이사님, 보성의 정세동(초보농군) 회원님, 순천 김해선 회원님, 순천 이복순 회원님, 순천 김미애 회원님, 창원 이혜리 회원님, 구례 김진선 회원님, 그리고 보성에 살고 계신 이한영 님, 송만철 회원님, 독일에서 온 Xenia, 광주에서 오신 김수영 님까지 함께 했습니다.


장성 수집과 마찬가지로 네 팀으로 나뉘었습니다.

박기완 활동가가 사전에 정리해놓은 수집동선을 보며 각 팀별로 맡은 면과 마을을 돌아다닙니다.

한 팀에는 한 명의 리더(인터뷰어)와 운전 담당, 기록 담당, 사진 담당으로 구성됩니다.


수집 첫 날, 수집단원들이 보성군 미력면사무소 앞에 모였어요.


제 머릿속의 보성은 대부분 녹차밭으로 가득할 줄 알았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더군요 ㅎ

여타 군단위 농촌지역들과 다를바 없었어요.


첫번째 주에 돌았던 웅치면, 노동면, 미력면은 논농사를 많이 하는 곳이었어요.

마을 입구마다 너른 논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만큼 밭 작물 씨앗이 다양하게 나오진 않았습니다.

논농사를 하시는 분들은 그래도 콩, 팥, 깨는 심으시는 편인데, 콩조차 심지 않는다는 마을도 있었어요 ㅎ

5월 시기 상 오이나 호박, 상추같은 원예작물 씨앗들이 모두 밭에 나가있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원예씨앗은 거의 나오지 않았답니다. 득량면은 정말 앵두팥과 서리태만 연이어 나오기도 했어요.


보성014 팥



보성021 메주콩 / 나물콩처럼 보이지만 할머님께서는 이게 메주콩이라고 하셨어요. 이웃집 할머님이 주신 콩인데, 그 이웃집 할머님이 순천 주암에서서 보성으로 시집오시면서 친정어머님한테 받아 가져온 씨앗이라네요. 마침 옛날 순천지역 수집 때 이런 메주콩이 나온 적이 있대요 ㅎ 참 신기하지요? 아쉽게도 이 콩의 주인인 이웃집 할머님은 만나뵙지 못했어요.



보성128 메주콩 / 손O숙 할머님께의 씨앗창고에는 페트병마다 씨앗이름과 채종연도가 함께 적혀져 있었어요. 옛날부터 이어온 재래종 콩과 최근에 산 신품종을 이렇게 구분해놓으셨고요.


임O순 할머님의 보성027 호박고구마 / 그전에는 물고구마를 먹다가 자식들 고등학교 보낼 때쯤 이 호박고구마가 나왔대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오신 호박고구마 종자. 이제 올해부터 안 할거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고구마 좀 남겨두신 것 없냐고 여쭈었더니 이 두 개를 꺼내오셨어요. 너무 다행이지요? 40-50년 된 초창기 호박고구마를 저희가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째날, 4개의 팀이 수집을 마친 후 보성군 농민회 사무국장님이 마련해주신 장소에서 분류작업을 합니다.



검토를 마친 씨앗은 이렇게 하나 하나 꺼내어 갈무리 후 사진을 찍고요.



촬영한 사진은 이렇게 나옵니다📸


첫째주의 1박은 보성에 살고계신 정세동(초보농군)님의 자택에서 이뤄졌습니다. 멋진 한옥집에서 살고계셔요. 여성 수집단들을 위해 아궁이방에 며칠동안 불을 떼워 따뜻하게 만들어주셨어요. 맛있는 음식들도 준비해주셨고요. 감사합니다☺


둘째날, 70여 점의 씨앗을 수집했어요.



그리고 셋째날, 23일 목요일에 마지막 수집이 진행되었어요.

첫째주에 이어 둘째주에도 순천 김해선 회원님께서 맛난 기정떡을 한 박스 사들고 오셨어요.

순천, 광양 기정떡이 정말 유명하대요. 워낙 맛이 좋아서 장사도 잘 되고, 행사나 잔치상에 빠지지 않는 간식이라고 ㅎ


이른 아침 율어면사무소에 모인 수집단



순천 김해선 회원님이 사오신 광양기정떡.

정말 보들보들하고 새콤달콤 쫄깃한 맛이 일품입니다 ㅎㅎ


또 정세동(초보농군) 회원님께서 이른 아침부터 약밥을 손수 만들어오셨어요.

간과 식감이 딱 적당하니 너무 맛났습니다. 이렇게 솜씨가 좋으시다니요~~🤤 감동적입니다.


정세동 님께서 만들어오신 약밥. 이름아침 모인 수집단들이 하나씩 맛보았어요.



셋째날, 수집단 단체사진

둘째주에 돈 복내면, 율어면, 문덕면은 비교적 다양한 밭작물 씨앗들이 살아있었어요.

감자를 비롯해 정말 귀한 재래종 밀, 보리씨앗도 나왔어요. 좀 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더 다양한 씨앗을 수집할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ㅎㅎ

수집을 돌면서 오전에는 마을에 어르신들이 안 계신데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노인일자리'예요. 어르신들이 모여서 다양한 마을정돈 일을 하시느라 집을 비우셔요. 그때문에 씨앗이 나올법한 집인데도 집주인을 만나기가 힘들어요. 사실 어르신들이 모여계신 곳에 가서 씨앗에 대해 여쭈는 방법도 있지만, 여럿이서 모여계실 때는 목소리 큰 사람이 '옛날 씨앗 다 사라지고 없다. 다 사서 심는다.'고 해버리면 다들 수긍해버리시거든요 ㅎ 혹여나 있다고 하더라도 일하시는 와중에 집으로 모시고 가기도 어렵고요.



안O순 할머님의 보성141 검정깨



황O자 할머님의 보성144 자주팥(비단팥) / 보성에서도 꽤 다양한 팥들이 나왔어요. 가장 많은 앵두팥, 그리고 먹팥, 비단팥, 흰팥!



다짜고짜 찾아와 씨앗을 요청하는데도 어찌 저리 온화한 미소가 나오시는지 ㅎㅎ





보성151 잔콩을 내어주신 황O례 할머님.



메밀을 이제 그만하려 하신다며 한 바구니 챙겨주셨어요.


밀, 쌀보리, 보리콩, 이폿(이팥) 등 다양한 씨앗을 내어주신 정O임 할머님

어렸을 적 해먹었던 청맥가루 이야기와, 어린보리순으로 해먹은 떡 이야기. 너무 재밌었어요. 청맥가루 죽 꼭 해먹어 보고 싶네요.


"보리잎으로 떡. 달큰한 맛이 난다. 찹쌀가루+보리잎+팥 해서 떡 해먹는다. 어린 보리잎 말려서 가루내어(청맥가루) 죽해 먹으면 그렇게 달큰하고 맛있다. 어릴 때 할머니가 해주셨다. 여름에 이렇게 먹으면 보리밥도 잘 먹는다. 여름을 안 타고, 약도 된다. 단오날 이렇게 먹는다."



추석 때 수확하는 가우폿(올팥)과 메주콩 내어주신 송O례 할머님. 등이 굽은 씨앗할머님과 거대한 기계가 마주한 순간.





씨앗을 기증해주신 할머님들께 아산제터먹이의 앉은키밀 밀가루 혹은 국수를 드리는데요,

혹은 저희가 그동안 수집해온 씨앗들을 드리기도 해요.

옛 추억이 깃든 뿌리배추를 드리면 참 좋아하시고요, 조선오이, 토종참외 등도 좋아하셔요! 양이 적다고 불평하시기도 하고요 ㅎ





밀, 하지감자 등 10여 점이 넘는 토종씨앗을 내어주신 공O득 할머님과 수집단 / 김완술(길위에서)님, 광주 김수영 님.


공O득 할머님의 보성188 하지감자



보성191 보리. 집주인 분이 안계셔서 이웃분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어요.

오래전부터 심어오셨다는 재래종 보리. 지금보리는 이삭이 짧고 통통하지만 옛날보리는 이삭이 길다네요.


보성195 옥수수. 정말 쫀득쫀득 맛있어 보이죠?


한 마을회관에서 마주한 귀여운 모습.


복내면은 예부터 삼농사를 많이 지었대요. 이 마을에는 삼(대마)농사 관련 벽화가 그려져 있었어요.


수집을 마치고 오후4시경. 보성 서상덕 회원님이 운영하시는 '메주익는마을' 사무실 겸 체험장에 모여 분류작업을 진행했어요.


섞인 씨앗과 벌레 먹은 씨앗을 골라내기도 하고요.



분주히 사진 촬영 중....


김완술(길위에서) 님과 보성 서상덕 회원님



전통방식으로 메주를 띄워 장을 담그십니다. 인기가 많은지 벌써 품절이라네요 ㅎ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겠어요.


혹시 된장 사드시는 분들, 참고하셔요!


이날 김완술(길위에서) 님께서 고창 자택에서 따온 상추 한보따리와, 고구마순 한보따리를 들고와 수집단들에게 나눠주셨어요. 여러 사람이 한차례 휩쓸고 갔는데도 아직 많이 남았어요 ㅎ 정성들여 키운 것을 이리 푸짐하게 나눠주십니다.


짧았지만 알차고, 즐거웠던 보성 수집!

날씨도 너무 좋았어요.


30일(목)에는 3일간 수집한 보성 씨앗들을 최종 분류하는 작업을 순창 이음줄에서 진행합니다.

이날 씨앗들을 품종별로 나누고, 특징 있는 씨앗들을 선별하여 토종씨드림과 백두대간 시드볼트, 그리고 유전자원센터 총 3군데에 들어갈 수 있도록 나누는 작업을 합니다.


이렇게 올해 토종씨드림의 씨앗수집일정은 끝이 났네요.

저는 감히 상상도 못할, 정말 오랜시간 이어온 귀중한 씨앗을 내어주신 할머님들과,

열정 하나로 발로 뛰며 씨앗을 수집한 수집단 분들, 모든 여정을 준비한 사무처 식구들

모두 고생많으셨고 고맙습니다🙇‍♀️


몇몇 씨앗들은 곧 있을 7월 하반기 정기씨앗 나눔 때 회원분들과 만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