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하나로 지켜온 씨갑시 할머니. 월급도 받지 않는 자급농, 영세농이 씨앗의 증식과 채종의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조차 아까워하며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수확물을 고스란히 씨앗으로 나누어 왔습니다. 이것이 전국에 산재한 토종씨드림의 중요한 회원들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헌신적 활동은 씨앗의 다양성과 지속성을 지키며, 농부의 손을 통해 건강한 밥상으로 되돌리려는 식량주권과 생명존중의 욕구였습니다. 전통적으로 토종씨앗은 농민의 손에서 채종되고 육종, 보호되었지만, 단 한번도 ‘내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흔쾌히 나누어지고 공유되어 왔습니다. 이들 헌신적인 토종 농부들이 순수한 열정으로 씨앗을 지켜온 것은 배타적 독점권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통지식을 만들고 계승해 온 것도 농부요, 논밭의 생물다양성을 지켜온 것도 농부입니다. 그들은 한번도 이 모든 것을 ‘사유화’하지 않았습니다. ‘농민과 농촌을 위하는 길’은 단 하나, 옛날부터 농민이 가진 권리와 지혜를 ‘이윤’을 위해 ‘독점’하지 않는 것입니다.
최근 생물다양성과 전통지식이 갑자기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비록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전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되며 그제서야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부랴부랴 나섰습니다. 현지에서 보전되고 있는 토종씨앗과 전통지식을 찾으려고 말입니다. 또, 미.중.일을 중심으로 보호무역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런 국제 정세 아래에서 언제 식량권의 침탈이 일어날지 모를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종자를 수출하는 일보다 중요한 건, 이 땅의 농민이 우리의 종자를 이용하고 지키며 밥상에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토종씨앗과 생물다양성 협약은 자급농과 소농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토종씨앗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은 자급농과 소농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토종씨드림의 농부(농민과 도시농부)들은 씨앗 받는 농사를 통해 ‘지혜로운 농부’ 또는 ‘자립하는 농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토종 농부는 육종가이자 요리사이며, 자연에서 지혜를 찾아 배우고, 생태환경을 보호하는 지킴이로서, 함께 공생하며 지속적으로 살아가는 실천적 지혜를 찾아내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속성과 다양성을 지키는 일, 이 땅의 토종씨앗을 지키고 전통지식을 계승하는 일. 이는 농부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토종씨드림 대표 변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