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 씨앗수집 2주차 기록 (4.18~4.19)


안녕하세요, (사)토종씨드림 사무처에서 전남 장성 일대를 돌아다니며 씨앗수집 중이에요.

지난주에 올린 1주차 기록에 이어, 2주차 기록을 들고왔어요.


18일 목요일에는 서삼면, 황룡면을,

19일 금요일에는 삼계면, 삼서면을 중심으로 돌았습니다.


1주차에 돌았던 북하면, 북이면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어요.

읍과 가까운 황룡면은 꽤 큰 면단위에 공장이 많았고요,

삼계면, 삼서면에서는 잔디농사가 논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문에 황룡면에서는 마을이 온전히 남아있는 곳이 드물었고,

그만큼 씨앗도 찾기 힘들었습니다.


기본수집단은 변현단 대표님, 연상준 사무처장, 백수연 종자국장, 박기완 홍보교육담당, 유다님 회원담당 이렇게 사무처와

고창 김완술 이사님, 부안 최삼남 이사님을 비롯해, 창원 이혜리 회원님, 구례 김진선 회원님이 기본 수집단으로 함께 하였고요.

목요일에는 광주 이종국 감사님이, 금요일에는 광주 신수오 이사님과 광주 김영대 회원님, 장성 김홍희 회원님이 함께 하셨습니다.


비교적 단조롭게 흘러간 목요일,


금요일에는 저(유다님)와 신수오 이사님, 박기완 홍보교육담당이 한 팀으로 움직였는데요,

첫 집부터 새로운 씨앗들이 등장해서 너무 반가웠어요.


친정어머님한테 대물림받아 계속 심어오셨다는 '단수수'를 발견했어요.

워낙 옛날부터 간식이 없다보니 줄기를 베어 간식으로 먹기 위해 계속 이어오셨다는...

좋은 부분만 다듬어 냉장고에 넣어 놨다가 아들오면 주는데 아들은 맛없다고 먹지 않는다고 하네요. ㅎㅎ


옛날엔 콩씨를 푸대째로 가져다가 밭을 갈아 콩씨를 마구 흐쳐뿌렸는데,

그 사이사이에 이 단수수를 함께 뿌렸다고 해요.


밭일 하다가 단수수 꺾어 한 입 베어물면 참 꿀맛일 것 같다는 생각이....



장성211 단쑤시


그리고 같은 강OO 할머님이 보유하고 계신 친정어머님 표 물외.

노각을 설탕에 절여 보관해두었다가 봄에 무쳐 먹으면 싸그작싸그작 맛있다고 해서 이렇게 해두셨다는데,

이미 많이 물러있었어요. 무슨 문제였을지 .. ㅎㅎ 아까운 노각!




두번째로 찾아간 집에서도 특이한 씨앗이 나왔습니다.

'무랑대콩' '꿩약콩' 이라는 것이 등장했어요.

크기가 커서 무랑대라고 불렀다고 하셨는데, '무랑대'의 어원을 정확하게 아시는 분 계신가요?


언뜻보면 메주콩같아 보이기도 한데, 메주콩이 아니라 밥에 넣어먹고 볶아먹으면 맛있는 콩이라네요.

옛날에는 크기가 더 컸는데 요즘엔 작아졌다고,

옛날엔 이른 봄에 심었는데 요새는 이르게 심으면 안 열린다고... (희한하죠?)


큰 꿩약콩에 구멍을 뚫어 거기 청산가리를 넣고 촛농으로 동봉하여 풀숲 한가운데에 두면 꿩이 그걸 먹고 날아오르다 그 자리에서 툭 떨어진다는.... 혹시 청산가리 독이 사람에게 올까봐 밥통(위장)부터 꺼냈다는.. 배고픈 시절의 이야기가 저에겐 새롭고도 신기하고, 흥미롭게 다가오네요 ㅎ


https://cafe.daum.net/seedream/R6Fh/244

김O열 아버님의 '꿩약콩(장성213 무랑대콩)' 이야기




장성213 무랑대콩 / 옛날 오렌지주스병에 담아놓으신 콩씨


삼서면의 정O례 할머님과 수집단. 유다님(회원 담당)과 박기완(홍보교육담당)

한 팀으로 다니던 신수오 이사님께서 어느 집 대문을 두드리니 나오신 할머님의 얼굴을 보고,

저는 문득 '씨앗할머니'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니나다를까, 집안에 이렇게 많은 친정어머님의 씨앗을 가지고 계셨어요.

서리태, 검정콩, 약콩, 앵두팥, 들깨, 녹두 등등


그 중에 가장 놀라웠던 것은, 바로 물고구마!

할머님께선 이걸 '감자'라고 부르셨어요.



장성228 고구마


아쉽게도 올해는 귀찮아서 순을 안 내신다고 해요...

이제 이 물고구마를 떠나보내시려나봐요. 저희가 수집해서 이어가니 참 다행이에요.

때를 잘 만나서 명을 이어가게된 장성228 물고구마!



장성222 새파랑콩


장성에서 유독 수집되지 않은 퍼렁콩.

제가 만난 두 점의 파랑콩 둘다 외지에서 시집오시면서 친정어머님한테 받아온 콩이었어요.

한 분은 함평, 한 분은 순천. 그런데 두분 다 이 콩을 '새파랑콩'이라고 부르셨어요.

겉도 파랗고 속도 파래서 콩물을 만들면 파랗고 이쁘다는 ㅎㅎ 밥에 넣어도 물들지 않는대요.



빨간팥과 시금초 씨앗을 보유하고 계시던 김O순 할머님은

이렇게 잔뜩 쑥을 캐서 가마솥에 삶고 계셨어요. 향긋한 쑥내음이 폴폴 풍겼어요.



장성135 옛날수시


삼계면에서 만난 박O순 할머님께서 토종수수로 만드신 빗자루

이렇게 만들어 장에다 파신다네요.

수집단도 집에서 쓰기 위해 구매했는데 만원에 세 자루나 주셨어요.... 고맙습니다 할머님🙏



흙과 함께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할머님의 손



메주콩, 수수, 참깨, 들깨를 내어주신 이O림 할머님, 그리고 변현단 대표님



삼서면 김O순 할머님과 백수연 종자국장



호박고구마, 호박, 갓, 오이 등 여러 씨앗을 이어오고 계시던 홍O임 할머님. 그리고 김완술 이사님과 창원 이혜리 회원님



하지감자와 아욱, 깨, 완두 등 다양한 씨앗을 내어주신 전O순 할머님


삼계면, 삼서면 일대에 가장 많이 한다는 잔디농사.

땅이 정말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마을을 걷다보면 약냄새 같은 것이 났어요.

골프장에서도 맹독성 농약을 친다는데... 기를 땐 얼마나 많은 농약을 칠까요?





한 마을에서 농약살포를 준비 중인 현장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사용하시는 농약을 확인했어요. 

그분은 농약 냄새가 너무 익숙해서 마스크도 안하고 그냥 치신다고 하시더군요.


그 마을에서 한 할머님을 만나 씨앗에 관해 여쭈던 중,

암에 걸려 아파서 이제 농사 안 한다고 하시기에 무슨 암이시냐고 여쭈었더니, 

'난소암'에 걸리셨대요.

"할머니, 잔디농사 농약 때문인 것 같아요" 여쭈니,

"아니여, 한평생 농약 뿌리고 산 양반도 멀쩡하게 잘 살아있어."라고 하셨어요.


물론 사람마다 몸에 반응이 다르겠지만..

아래 농약통에 적혀진 성분을 검색해보니, 발암성, 맹고독성, 내분기계교란을 유발하는 성분이었어요.

산을 해집어 골프장을 짓고, 거기에 깔 잔디를 위해 마을과 농지를 훼손하는 이 현실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




신발을 그릇삼아 담아놓은 넝쿨콩





2주차에 함께한 씨앗수집단 단체사진과 함께,

이상 마무리합니다.


여기저기 화려하게 핀 꽃들과 함께

역시나 뜻깊고 즐거운 이틀간의 씨앗수집 여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