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평택수집을 다녀왔습니다. (2021-11-10~12)


올해 경기도 수집은 안산, 오산, 평택 3곳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주까지 해서 안산, 오산 수집을 마쳤고, 

11월 10~12일 2박 3일로 경기도 평택 수집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평택 포승읍, 청북면, 안중읍, 현덕면, 팽성읍 5개 읍면에서 466점을 수집하였고 메주콩, 파랑콩, 조선배추, 무, 감자, 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들이 아직까지 살아 있었습니다. 평택시는 논농사 중심이기도 하고, 평택 전체가 한창 개발 중이라 수집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아직까지 마을이 살아 있는 곳이 많았습니다. 살기 좋은 마을이 많고 빈집도 많았지만 땅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사람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에 많이 아쉬웠습니다.

올해는 작년에 끝내지 못한 오성면, 고덕면, 서탄면, 진위면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평택은 특히나 콩이 많이 살아 있었는데 논농사 중심이라서 밥에 넣어 먹을 서리태, 파란콩과 장용으로 메주콩, 콩나물용 나물콩(특히나 파란나물콩)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번 수집에는 경기도종자관리소 토종팀에서 참여하였습니다. 경기도 종자관리소에서는 2018년부터 우도영 팀장님이 토종씨앗 동아리팀을 꾸려서 지금까지 토종씨드림과 협력하여 토종씨앗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답니다. 작년부터 순천에서 수집한 한원식선생님의 진한누룽지벼를 비롯한 7점의 토종벼를 재배하여 올해부터 토종쌀을 보급하고 홍보를 하고 있답니다. 경기도종자관리소에서 재배한 진한누릉지벼와 우도영 님이 직접 디자인해서 만드셨다는 토종벼 안내서를 수원에세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동안 많은 지자체, 기관들과 활동해왔지만 경기도종자관리소와 양평군 처럼 꾸준히 토종씨앗 활동을 해오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곳은 좋은 사례로 꼽히는 것 같습니다.

변현단 대표님, 토종씨드림 운영위원 이복자, 박성인(불유구) 님, 토농회 김완술(길위에서) 님, 토종씨드림 청년 활동가 백수연, 유찬영, 박기완, 유다님, 설경숙 님, 토종씨드림 회원 이순자, 이수정 님, 경기도종자관리소 토종팀 우도영, 신의규, 전소현 님 14명이 참여하였습니다.


평택 첫 수집날. 수집 회의 모습.


경기도종자관리소에서 재배한 진한누릉지벼와 토종벼 안내서.



40년 전 완도에서 올라오셨다던 할머님의 씨앗이랍니다. 녹두와 이팥은 완도에서 가져오셨다고 합니다. 이팥은 이글배피할 때(설사를 오지게 하고 피똥싸다) 문어랑 같이 삶아 먹으면 이글배피가 멈췄다고 합니다. 약이 없던 시절 집안에서 먹는 것으로 치료를 하셨다며 옛날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이팥


변현단 대표님과 할머님의 손. 이제 90세가 되신 할머님은 허리도 꼿꼿하시고 손도 아주 고우셨어요.


메주콩과 서리태


시집오셔서 부터 심으셨다는 메주콩이에요. 생으로 먹어도 비리지 않고 찰지고 달아요.


파란나물콩. 평택에서는 유독 파란나물콩이 많이 나와요. 오리알태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또 약간씩 달라요. 쥐눈이콩은 더러 나오고 노란색 나물콩은 거의 나오지 않았어요.


젊은시절부터 양은시루에 콩나물을 길러서 장에 내다 파셨다는 할머님을 만나뵈었어요. 할머님도 파란나물콩을 하셨는데 쥐눈이콩(검정색나물콩)은 콩나물을 기르면 끝이 검게 물들어서 사람들이 썩은 줄 알아서 파란색나물콩으로만 길러서 파셨답니다. 콩나물콩과 메주콩을 섞어서 두부도 만들어서 파셨다고 해요.  2~3년 된 콩나물콩은 싹이 잘 안나서 메주콩과 섞어서 두부를 만드셨는데 맛이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고 해요.


두부는 간수를 사서 만들면 맛이 덜해서 직접 간수를 내려서 만드셨다고 해요. 집에가서 두부 해먹어보라며 오래된 간수를 소주병 한가득 담아서 주셨어요. ^^


평택은 벌써 김장을 하고 있는 집이 더러 있었어요. 어디를 가도 이번 배추농사가 안됐다며 한숨을 푹푹 쉬셨어요. 전국적으로 배추에 병이 와서 안쪽이 노랗게 물러지고 뿌리가 내려 앉았더라구요. 그래서 파란 겉잎은 멀쩡하게 많았어요. 변대표님이 겉에 파란부분으로 김치를 담그면 좋을텐데 라고 하셨는데 올해 김치를 늘리는 좋은 방법이겠어요. 겉잎이 거칠게는 해도 익으면 더 고소한 맛이 나서 좋더라구요.


70세 아주머님은 집에서 대부분의 씨앗을 받아서 심고 계셨어요. 콩은 물론이고 오이, 백도라지, 고수, 갓, 여러 꽃씨앗 등 씨앗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받아서 심으셨는데 토종, 외래종 할거 없이 씨앗을 본능적으로 받아서 심으시던 멋진 분이셨답니다. 씨앗은 주로 70대 후반, 80대 할머님들에세 수집되었는데 이제는 60~70대 초 아주머님들에게서도 씨앗이 많이 수집되고 있답니다.


이웃들이 오고가면 필요한 씨앗을 가져간다며 대문 앞에 씨앗을 보관하신다는 아주머니의 씨앗들.


갈색 빛을 띄는 재팥


경기도에서 많이 수집되는 조선파


조선호박(긴호박). 경기에도에서는 긴호박이 많이 수집된답니다. 평택에서는 특이하게도 긴호박을 조선호박이라고 많이 부른답니다.


신도시 개발로 마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고덕면의 한 마을. 지금 평택은 곳곳에 아파트가 세워지고 있고 한창 개발로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 많았답니다. 작년 수집에서 지역 사전조사 당시 스카이뷰에 논와 마을이 있던 곳이었는데 1~2년 사이에서 몇십층의 거대한 건물들과 아스팔트도로 순식간에 채워졌네요. 다행히도 평택은 논 농사를 많이 하고 있고 부지가 넓어서 번잡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안산이나 광주시 같은 곳은 좁은 마을 길에 화물차가 많이 다니고 먼지가 많이 날려서 현지인이 생활하기 불편한 곳들이 많았답니다.


평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 공사 모습.


마을에 가면 이제 더이상 운영하지 않는 협동조합 창고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평택의 드넓은 논의 모습


평택은 논농사를 많이 짓다보니 마을에서 트랙터나 정미소를 많이 볼 수 있답니다.


배추무름병


배추무름병


종자회사의 뿌리배추. 한 아저씨께서 옛날 고소했던 뿌리배추 맛이 생각나셔서 찾고 계셨는데 농약방에서 뿌리배추 씨앗이 있길래 사다 심으셨답니다. 그런데 이 씨앗은 내년 봄에 꽃이 잘 피지 않고 씨앗을 받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워낙 씨앗 받는 것에 관심이 많으셨던 분이셔서 올해 조선배추와 몇가지 씨앗을 보내드려서 평택 채종포를 해주시면 좋겠다고 부탁드리니 흔쾌히 받아주셨답니다. 


한 아주머님이 몇년 전부터 심기 시작한 신품종 메주콩이랍니다. 작년까지만해서 메주콩이 균일했는데 올해부터 파란콩, 얼룩덜룩한 무늬가 든 콩들이 많이 섞여 나온답니다. 메주콩 나물콩 할 것 없이 상태가 안 좋아서 내년에 종자를 바꿔야겠다고 하시더군요.


수집원 분류정리중입니다. 한켠에서는 변현단 대표님과 함께 수집에서 기록한 내용과 실물을 다시한번 확인하여 토종씨앗이 맞는지 검토 후 수집 번호를 붙입니다. 다른 한켠에서는 컴퓨터에서 정보를 기입하고, 촬영을 하고, 갈무리를 한답니다.